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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물자원에 로열티 지급… 제약업계 '나고야 폭풍'
이름 관리자
작성일 2017-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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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나고야 의정서' 8월 시행… 생물자원 원료 제품 이익 공유해야

사례 1.

조류 인플루엔자(AI) 치료제 '타미플루'를 생산하는 다국적 제약기업 로슈는 연간 수십억달러의 큰돈을 번다. 유일한 AI 치료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미플루의 원료인 팔각회향(향신료)을 제공하는 중국 농가에는 타미플루 판매로 얻은 이익이 돌아가지 않았다.

사례 2.

한라산과 지리산이 원산지인 구상나무는 1907년 제주도에서 프랑스 신부에게 발견된 이후 유럽으로 퍼져 나가 현재는 전 세계에서 크리스마스트리용 나무로 애용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에 대해 아무런 로열티를 받지 않는다.

생물 주권(主權)이 인정되지 않던 시기에 생물자원을 빼앗긴 사례들이다. 동·식물과 미생물 등 생물자원으로 만드는 전 세계 제약·화장품 시장 규모는 연간 972조원으로 추산되는데 그동안 생물자원으로 인한 이득은 대부분 해당 기업에 돌아갔다. 하지만 '나고야 의정서' 발효와 함께 이런 불합리한 구조도 앞으로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나고야 의정서는 생물자원을 이용하면서 발생하는 이익을 자원 제공국에 공정하게 나누도록 한 국제협약이다. 2010년 10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된 데 이어 2014년 10월 정식 발효됐다. 한국은 지난달 19일 나고야 의정서 비준서를 유엔 사무국에 제출했다. 나고야 의정서는 비준서를 낸 날을 기준으로 90일째에 당사국으로서 효력이 생기기 때문에 한국은 오는 8월 17일부터 나고야 의정서 당사국으로 편입된다.

그래픽=박상훈 기자
그래픽=박상훈 기자
천연물 신약 보유한 제약사에 직격탄

나고야 의정서는 우리나라에 생물자원 보호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반대로 제약·화장품 업계 입장에서는 로열티와 특허료 지급 부담이 늘어나는 위기가 되기도 한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은 해외 생물자원을 원료로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정서 이행과 함께 로열티 상승과 자원 수급 불안정에 직면할 수 있다. 환경부는 이익 공유비율을 최대 3% 정도라 가정하면 우리 제약·바이오업계가 향후 부담해야 할 비용이 매년 600억~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제약기업들이 로열티를 가장 많이 지급해야 할 국가는 중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지난 3월 공개한 '생물자원 이익공유 조례'에 생물자원으로부터 얻는 이익의 0.5~10%를 추가 로열티로 납부하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했다. 이에 따라 제품 원료를 대부분 중국산으로 사용하고 있는 국내 천연물 신약 보유 제약사들의 부담이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중국산 원료로 만든 의약품으로 10억원을 벌면 최대 1억원을 중국에 로열티로 내야 한다.

국내 천연물신약은 스티렌정·모티리톤정(이상 동아ST 제조)·신바로캡슐(녹십자)·조인스정(SK케미칼) 등 8개 품목이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국내 수입 생물자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자원 제공국의 생물 다양성 보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제약업체로선 부담이 크고 자칫 연구개발에 차질이 생길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대부분 대책 미비

문제는 생물자원의 특성상 산업적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지 뚜렷한 기준을 세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허인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박사는 "정부에선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어느 국가에서 어느 정도의 생물자원을 수입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관련 통계가 나와야 대책을 세울 텐데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들의 준비도 부족한 실정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과 한국바이오협회가 지난해 기업 13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나고야 의정서 이행 대응책을 마련했다는 기업은 0.7%에 불과했다. '현재 계획 없음'(54.4%)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고 '동향 주시 중'(36.8%)이 그 뒤를 이었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는 기업은 8.1%였다. 동아ST·녹십자 등 일부 제약사들은 의정서가 발효된 2014년 내부적으로 전담팀을 꾸려 일찌감치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대부분 기업은 아직 현황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료 출처 안 밝히면 특허 힘들 수도

전문가들은 생물자원 제공국별 '맞춤형 전략'을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생물자원으로 개발한 신약으로 특허를 낼 때 원재료가 어디에서 유래된 것인지 밝히라고 요구하는 국가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밝히지 않으면 특허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김순웅 정진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는 "기업들이 해외에서 제품을 출시할 때, 특허 침해는 없는지 점검하는 것처럼 나고야 의정서 이행에서도 해당국의 생물자원 관리 법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국 등 생물자원 부국들도 자국의 모든 자원 정보를 파악하고 있지 않아 당장 큰 피해를 입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일단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기업 이미지 타격이 크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 나고야 의정서(Nagoya protocol)

특정 국가의 생물·유전 자원을 상품화하려면 해당 국가의 승인을 얻어야 하며 이익의 일부도 나눠야 한다는 국제협약.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의정서가 채택됐고, 2014년 발효됐다. 한국은 올해 초 국회에서 유전자원법이 통과돼 오는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20/2017062001831.html#csidx8a43c910e3595c6a7833180168ba9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