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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개똥쑥 통해본 전통의학의 매력
이름 운영자
작성일 201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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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아닌 요즘에 한창 수확철을 맞은 쑥이 있다. 흔하고 천박하다는 의미가 담긴 개똥쑥이 바로 그것이다. 일반적인 쑥과는 달리 종자로 번식하는 1년생 초본인 개똥쑥은 전국의 강가 및 하천부지, 황무지 등에서 작은 군락을 지어 자생한다.

개똥쑥이 일반 쑥과 가장 다른 특징은 그 독특한 냄새다. 봄에 나는 쑥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고, 향기로운 향수 같은 독특한 냄새가 난다. 개똥쑥 꽃은 쑥 종류 중에서 가장 작지만, 전체 키는 최대 2m 이상 자란다.

개똥쑥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건 작년에 노벨상을 받은 중국의 과학자 투유유 덕분이다. 1969년 중국 정부로부터 항말라리아제를 개발하라는 임무를 받고 연구를 시작한 투 교수는 200종에 가까운 중의약을 갖고 190번의 실험을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개똥쑥을 수확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개똥쑥을 수확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바로 그때 투 교수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한 건 서기 340년 동진의 갈홍이 쓴 ‘주후비급방’이라는 고서였다. 그 책의 ‘개똥쑥을 물에 담그고 즙을 내 복용한다’는 구절대로 191번째 실험을 한 뒤 말리리아의 신약 개발에 성공했던 것이다. 투 교수가 노벨상 수상 소감을 통해 ‘전통 중의약이 세계 인민에 준 선물’이라고 밝힌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전통의학의 현대화 정책 추진하는 중국과 일본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인도의 일부 학자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고대 인도의 의학서에도 개똥쑥의 유사한 효능이 언급되어 있는데, 그 공로를 중국 전통의학이나 투유유 개인에게 돌리는 건 옳지 않다고 주장한 것.

이에 대한 노벨위원회의 입장은 단호했다. 투 교수에 대한 노벨상 수여는 중국 전통의학에 대한 것이 아니라 말라리아 치료제의 의학적 연구에 대한 상이라고 일축한 것이다.

어쩌면 투 교수의 노벨상은 전통의학이 아니라 중의학의 글로벌화 전략을 추진해온 중국 당국의 지속적인 노력 덕분인지도 모른다. 중국은 1949년 공산혁명 직후부터 중의학을 근대화시켜 의료체계에 포함시키려는 노력을 계속 해왔다.

심지어 1982년에는 헌법 21조에 ‘현대의약과 중국 전통의약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문구를 명시하기까지 했다. 올해 2월에도 중국 정부는 ‘중의약발전규획강요 2016~2030’을 발표한 데 이어 중국경제발전 5개년(2016~2020년) 계획에 중의학 육성 방안을 포함시켰다.

이처럼 중의학의 현대화 및 글로벌화에 사활을 걸어온 덕분에 중국의 중성약 생산규모는 약 94조원(2013년 기준)에 달하며 매년 4조원 정도를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중성약은 한약을 양약처럼 제형화한 의약품을 말한다.

투유유의 노벨상 수상 때 딴지를 걸었던 인도도 전통의학을 장려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매일 아침 요가로 하루는 시작하는 것으로 유명한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2014년 11월에 ‘AYUSH’라는 부서를 창설했다.

AYUSH는 아유르베다(Ayurveda), 요가(Yoga), 유나니(Unani), 시다(Siddha), 동종요법(Homeopathy)의 머리글자를 따온 말이다. 아유르베다는 고대 인도의 힌두교 경전 ‘베다’에 의해 전승된 전통의학이며, 유나니는 고대 그리스의 의학이다. 시다는 역사가 1만년이나 되는 남부 인도의 전통의학이며, 동종요법은 유럽에서 시작되었다.

이 부서의 창설 목적은 각 전통의학 분야의 교육을 표준화하고 품질을 관리하며 사용되는 약물의 표준화에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 전통의약 시장규모는 2008년 2000억 달러에서 2050년에는 5조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약의 블루오션으로 부상

물론 전통요법 중에는 현대 의학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비과학적인 면도 존재하므로 전통의학 전체를 과학적 관점에서 받아들일 수는 없다. 또한 전통의약 자체가 바로 아이디어가 되는 것은 아니다. 투유유 교수가 실패한 190번의 실험들도 모두 중국의 전통의약에 기초한 것들이었다.

그런데 전통의약이 신약의 블루오션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지난 30년 동안 개발된 항암제의 70%가 천연물에서 기원했다는 것이 그 증거다. 개똥쑥에도 기존 항암제보다 1200배나 효능이 강한 항암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미국 워싱턴대학의 연구진에 의해 밝혀진 바 있다.

최근 투유유 교수팀은 개똥쑥에서 새로운 신약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상을 안겨준 아르테미시닌이라는 성분 외에도 개똥쑥에 새로운 항말라리아 성분이 존재할 뿐 아니라 면역계 질환인 루푸스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루푸스를 치료하는 신약 연구개발은 올해 중국 국가식의약품감독관리총국의 임상연구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구의 근대 의학이 처음 소개된 이후 전통의학은 한때 미신이나 미개한 관습으로 무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현대 과학과의 결합으로 전통의학은 새로운 대접을 받게 됐다. 우리가 보존해야 할 전통에는 추석 같은 명절 뿐만 아니라 선조들의 오랜 의약 지식도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