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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실수로 만든 ‘미니 뇌’…환자도 실험동물도 ‘축복’
이름 운영자
작성일 201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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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인간의 신체 중 가장 복잡한 기관이다. 전 세계적으로 뇌에 대해 연구하고 있지만 인간이 뇌에 대해 알아낸 것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뇌의 생성 및 발생 과정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줄기세포를 활용해 직접 뇌를 만드는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뇌를 오가노이드(organoid) 뇌라고 한다. 오가노이드는 유사 장기라는 뜻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오가노이드 뇌에 대한 연구가 시작단계지만 해외에서는 미국 및 영국, 네덜란드 등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줄기세포로 뇌를 만들어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 같은 퇴행성 뇌신경질환을 연구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환자의 줄기세포를 배양해 환자의 뇌와 똑같은 뇌의 초기단계 유사기관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개인 맞춤형 의학의 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매사추세츠공대에서 발간하는 과학기술 전문잡지인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2015년 미래 유망기술로 ‘오가노이드 장기 연구’를 선정하기도 했다.



■실수로 오가노이드 뇌 만들어


2013년 한 여성 과학자가 줄기세포로 뇌를 만들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끌었다. 오스트리아의 분자생명공학연구소에서 연구를 하던 메들린 랭커스터 박사는 인간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신경세포(뉴런)를 만드는 연구를 하던 중 배양접시에 하얀색의 동그란 물체가 떠 있는 것을 보았다.



랭커스터 박사는 국제유명 학술지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정말로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그란 것을 잘라보았더니 신경세포가 나왔고 그것이 뇌조직이었다는 걸 알게 돼 당장 멘토에게 달려가 ‘놀라운 게 나왔다’고 외쳤다”고 말했다. 랭커스터 박사의 멘토는 위르겐 크노블리히 박사다. 이들의 연구결과는 국제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랭커스터 박사가 만든 오가노이드 뇌는 지름이 2㎜ 수준으로 아주 작았다. 인간의 뇌는 지름이 17㎝ 정도다. 랭커스터는 현재 영국 케임브리지 MRC 분자생물학연구소로 옮겨 오가노이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랭커스터 박사의 연구 발표 이후 줄기세포를 이용해 오가노이드 뇌를 만드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이 알츠하이머나 치매 등 뇌신경질환 연구를 위한 오가노이드 뇌를 만들어냈다. 연구진은 피부에서 채취한 체세포를 역분화줄기세포로 만든 뒤 뇌세포로 분화시켰다. 이 뇌는 2만여개의 세포로 구성됐고 지름이 350㎛(마이크로미터) 정도였다. 크기가 집파리의 눈만 해 육안으로 겨우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지난 7월에는 미국 듀크대-싱가포르 국립의대 제현수 교수 연구팀과 싱가포르 유전체연구소 공동연구진이 중뇌 오가노이드를 만들었다. 연구진은 파킨슨병을 연구하기 위해 중뇌 오가노이드를 만들었다. 중뇌는 운동을 담당하는 뇌영역으로 중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파킨슨병 환자들이 잘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를 밝혀내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이 만든 뇌도 실험용 쥐의 뇌 크기의 4분의 1 정도로 아주 작았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28일 국제학술지 ‘셀 스템 셀’에 게재됐다.



전 세계 최초로 오가노이드 미니 뇌를 만드는 데 성공한 메들린 랭커스터 영국 케임브리지 MRC 분자생물학연구소 박사가 실험실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
메들린 랭캐스터 박사 트위터
전 세계 최초로 오가노이드 미니 뇌를 만드는 데 성공한 메들린 랭커스터 영국 케임브리지 MRC 분자생물학연구소 박사가 실험실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 메들린 랭캐스터 박사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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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동물 대체할 대안


랭커스터 박사가 초기 발달 단계 수준의 뇌를 만들어냈음에도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던 이유는 역분화줄기세포(iPS)를 활용해 뇌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역분화줄기세포는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개발한 줄기세포다. 피부세포 등 체세포에 바이러스 등을 넣어 세포의 어린 시절로 되돌린 줄기세포다. 이렇게 만들어진 역분화줄기세포는 인체의 어느 장기로도 발전할 가능성을 갖게 된다.


오가노이드 뇌 연구가 발전하면 환자의 피부에서 떼어낸 세포로 역분화줄기세포를 만들어 환자의 뇌와 똑같은 뇌까지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진단 및 치료효과 실험을 위해 환자의 두개골을 열 필요가 없어진다는 말이다. 또한 개인의 뇌와 똑같은 오가노이드 뇌를 이용해 치료법을 검토할 수 있어 ‘개인 맞춤형 의학’이 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랭커스터 박사는 2014년 국제 유명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오가노이드가 질환 모델과 치료 측면에서 우수한 실험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오가노이드 뇌는 실험동물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질환 연구나 신약 개발 연구 등에서 실험동물을 사용하는데 이를 두고 윤리적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동물실험에서 나온 결과를 인간에게 바로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오가노이드 뇌 연구가 발전하면 윤리적 논란이 없을 뿐 아니라 인간의 뇌를 대상으로 실험했기 때문에 인간에게 바로 적용 가능한 실험결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지카 바이러스의 경우에도 오가노이드 뇌가 연구과정에서 활용됐다. 지카 바이러스는 임신부에게 감염될 경우 뇌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소두증 아이를 낳게 돼 전 세계적으로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약대 송홍준 박사와 구오리 밍 박사 공동연구진은 지난 4월 역분화줄기세포로 만든 오가노이드 뇌를 이용해 지카 바이러스의 발병 원리를 찾아 생명과학분야 국제 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연구 결과 지카 바이러스가 뇌의 신경줄기세포를 공격해 세포를 죽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포가 죽어 뇌의 부피가 줄어들고 결국 소두증이 발병한다는 것이다.


한국뇌연구원 최영식 뇌질환연구부 부장은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의 연관관계를 밝히는 데 오가노이드 뇌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과거 연구 패턴대로 했다면 쥐를 이용해 1년 반 이상 걸렸을 연구가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로 다른 경쟁그룹보다 앞서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불안이 확산되는 가운데 발병 원인을 신속하게 연구해 발표하는 데 오가노이드가 역할을 했다는 말이다.




현재 오가노이드 뇌는 혈관 생성이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 현재 수준의 오가노이드 뇌는 신경세포(뉴런)와 신경교세포(글리아)로 구성돼 있어 배양액에 담가놓지 않으면 곧 세포가 모두 죽기 때문이다. 최 부장은 “오가노이드 뇌의 혈관을 만드는 방법이 곧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다양한 뇌질환 연구에 오가노이드 뇌가 활용돼 질병 원인 규명과 약물 개발에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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